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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교회를 개척(Start-Up)하는 이들에게 부치는 글 (평화나무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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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25-06-13 16:49 / 조회 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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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개혁과 변화에 대한 거대 담론의 이야기를 열 번이나 했다. 할 말과 글이 더 있지만 지금은 실천적인 이야기를 할 때라 생각한다. 

 

열 번의 이야기를 썼던 나를 비롯한 이 글을 기다리며(?) 읽고 있을 누군가도 ‘권태(倦怠- 어떤 일이나 상태에 시들해져서 생기는 게으름이나 싫증)’가 찾아오는 시기라는 점이다. 이야기에 몰입했던 시간이 길어지고, 긴장이 지속되면 동력을 잃고 ‘권태’가 찾아온다. 

 

권태는 반복적으로 같은 일을 하거나 평범하고 지겨운 일상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하겠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이 일이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근본적 질문에서 비롯된다. 의미 있게 시작한 일이 의미를 잃으면, 권태가 오고 이를 방치하면 조용히 끝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연재를 쓰고 있는 나도 그렇고 연재를 읽는 당신도 그럴 것이다. 교회 문제를 반복해 말하고,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을 매번 쓰고, 읽다 보면 개혁과 변화에 대한 마음이 무뎌진다. 무뎌진 마음에는 뭐라도 해야겠다는 투지보다는 ‘해도 안 될 것인데 뭘 하려고…’라는 마음이 똬리를 튼다. 

 

‘왜 이렇게 열심히 쓰고 읽어야 하는지’ 권태가 찾아오면 회의감이 들어 더는 쓰거나 읽기 싫어지는 것이다. 이럴 때는 색다른 이야기가 필요한 시기다. 열정적으로 교회개혁을 쓰던 나를 추슬러 흥미를 잃어가는 나와 독자를 위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오늘은 기존의 전통적 교회를 벗어나 새로운 교회를 시작해 보려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단순한 비판과 성찰에서 한 걸음 나아가 시작하는 이들을 격려하는 글이 되면 좋겠다. 

 

새로운 교회를 시작하는 것 

 

새로운 교회를 시작하는 것이나 새로운 조직을 시작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에서 본다면 위험한 일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Start-Up 회사의 경우 실패율이 매우 높다. 2020년을 기준으로 Start-Up의 5년 후 생존율이 33.8%라고 한다. 5년을 버티는 회사가 10곳 중 3곳이라는 이야기다.


‘exploding topics’의 2024년 Start-Up 관련 통계를 보면 실패율이 90%라고 한다. 이들의 분석에 의하면, Start-Up의 실패 원인을 ‘제품의 시장 적합성 부족’, ‘마케팅 전략 없음’, ‘인적자원 문제’, ‘재정문제’, ‘오래된 솔루션’이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가 Start-Up 회사뿐일까?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교회 개척이 꾸준하게 이루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꾸준하게(?) 교회가 자립에 실패하여 어려움 가운데에서 문을 닫고 있다. 알다시피, 많은 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으며, 수많은 교회가 새로운 교인의 등록이 전혀 없다. 성년이 된 이후 세례를 받는 이들의 수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교회의 성장동력이 상실되었다는 의미다. 교회 개척의 실패 원인을 위의 사례에서 본다면 ‘시대 이해 부족한 교회’, ‘알릴만한 고유성이 없는 교회’, ‘작은 공동체 운영에 대한 이해 없음’, ‘개척의 어려움을 돈의 문제로만 생각’, ‘전통적 교회의 솔루션 말고는 다른 상상 없음’ 뭐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교회를 개척(Start-Up)하는 이들은 다양한 동기와 열정을 가지고 시작한다. 피상적이지 않은 동기를 가진 경우도 많고, 하나님의 부르심과 보내심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새로운 교회에 대한 강한 소명 의식을 보이기도 하며, 교회개혁과 변화에 대한 높은 열망이 ‘교회 개척’이라는 일을 시작하도록 이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 놓기도 한다. 하지만 불확실성을 줄여 기회를 포착하고 자리를 잡아 5년 이상의 지속성을 가진 교회로 성장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시작하였으나 위기를 넘지 못한 개척(Start-Up) 교회가 한 둘이 아니다. 

 

개척(Start-Up)교회는 ‘비전 설정’, ‘위험관리’, ‘자원 활용’ 등에 있어서 Start-Up 기업과 비슷한 내용을 가진다. Start-Up 기업이 창의와 혁신으로 기술을 개발하여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통해 사회적 필요를 해결하면서, 고객층에 뿌리내리는 것처럼, 교회 개척도 유사한 흐름이 있다. 

 

교회 개척(Start-Up)을 시작하라. 

 

기업에서의 Start-Up은 ‘아이디어’와 ‘비전’, ‘혁신’ 등을 바탕으로 한정적 자원을 가지고 새로운 시작을 개척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교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교회 개척(Start-Up)은 새로운 지역에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전’, ‘혁신’, ‘개혁’, 등을 바탕으로 하여 한정적인 자원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다. 기업의 Start-Up이 시장에 진입하고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교회는 지역에 정착하고, 함께 예배할 교인이 등록하게 되는 것이리라. 

 

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바이럴 마케팅’에 힘을 쏟는 것처럼, 교회도 이 시기에는 모임의 장소를 확보하고 지역사회에 봉사와 다양한 활동으로 알리는 일에 힘을 쏟는다. 마트에 가면 이름도 몰랐던 라면 종류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중에 계속 판매되는 라면은 몇 종류 되지 않는다. 마케팅에 실패한 제품이 사라진 것이다. 과거 교회가 간판만 달아도 교인이 알아서 찾아오는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능성 없는 이야기에 가깝다. 가만히 둥지를 틀고 앉아서는 미래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Start-Up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첫째, 단순하게(simple) 시작하지만 깊게 뿌리내려야 한다. 그것이 지역이든 사람이든 규모는 작을지언정 진정성으로 깊게 사귈 수 있어야 한다. 확장성은 다음이다. 기업은 충성스러운 재방문과 재구매 고객을 찾는다. 교회는 다시 만나 교제하고, 공통된 비전을 품은 교인 몇 명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 내 기존 교회와의 차별성과 고유성을 선명하게 다듬어야 하며, 이에 동참할 사람을 ‘깊게’ 만나야 한다. 

 

둘째, Start-Up의 시기에는 ‘사람’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매우 높아야 한다. 함께 하는 사람이 다음을 만들어 간다. 소수의 팀원이지만 가치를 공유하고, 동질의 목적을 가질 때에 브랜드를 만들듯이 교회 개척 때의 교인은 교회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한 ‘동역자’로서의 이해가 필요하다. 이들과 함께 교회를 세워가야지 개척한 목사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사람’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기초하여 형성된다. 시혜자와 수혜자,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 지시하는 자와 지시를 따라야 하는 자의 구성을 벗어나기 위하여 ‘사람’에 대한 배움이 필수다. 

 

셋째, Start-Up의 시기는 속도보다 방향을 잡는 시기다. 빠르게 브랜딩 하려는 욕심이 회사를 망친다. 욕심은 방향을 흐리게 하고, 현실과 돈에 타협하게 만든다. 이 시기는 확장과 성공을 이야기하는 시기가 아니다. 정체성과 의미를 다지고 세밀하게 만드는 시간이다. 교회도 다르지 않다. 교회의 확장과 성공에 목매달고 교인의 들고 나는 것에 일희일비하다 보면 교회가 더 망가진다. 교인을 늘리기 위해 교회의 비전과 방향을 타협해서는 지속성을 가질 수 없다. 과거를 답습한 평범한 제품이라면 도태되고 사라질 운명이듯이, 과거의 교회를 답습한 교회라면 굳이 이 교회에 남아야 할 의미를 잃기도 한다.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적합성과 고유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넷째, Start-Up의 시기는 새로운 것을 지속적으로 시도해 보는 때다. 벽에 부딪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때가 자주 있다. 시행착오도 많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야 한다. 애초부터 완벽한 브랜드를 내어놓은 것이 아니다. 기업도 베타버전을 내놓고, 서비스 사용자들의 의견도 들으며, 수정과 개선을 반복한다. 때로는 아예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 내놓기도 한다. 마찬가지다. 교회 개척하여 시작하는 이들도 잘 안되는 상황에 좌절할 것이 아니다. 수정하고 시도하는 마음이면 된다. 처음 교회에 온 교인이 이런저런 불편한 이야기를 남겨두고 떠났다면, 미련 없이 떠나보내자. 문제가 있어 바꾸어야 한다면 바꾸고, 지켜야 할 방향이라면 꿋꿋이 나아가면 그만이다. 교회 개척(Start-Up) 시기가 아닌가? 뭐라도 해보는 시기에 완벽한 무언가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말이다. 

 

‘피벗(Pivot)’이라는 말이 있다. 기본적으로 ‘회전축’이라는 의미다. Start-Up에서는 이 단어를 ‘전략적으로 방법은 바꾸지만, 목적은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개척(Start-Up)하니 현실은 생각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미지근한 지역의 반응, 쉽게 마련되지 않는 재정,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시간, 보이지 않는 지역사회의 필요 등으로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이럴 때 피벗이 필요하다. 처음 방식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Start-Up 시기는 성공적인 브랜드를 완성하는 시기가 아니다. 기업이나 교회나 전략적인 기획이 먼저가 아니라 그 구성원들이 가진 ‘가치’와 ‘정신’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애플(Apple Inc.)은 1997년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Think Different” 이 정신은 그들이 앞으로 얼마나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을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그들은 기존의 방식, 규칙을 깨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역설했고, 많은 사람들이 ‘다르게 생각하지 않음’으로 실패한다고 말했다.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은 ‘더 많은 기능’이 아니라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진짜 혁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그들은 Start-Up 시기를 지나 성장의 시기를 맞이했다. 

 

교회는 어떤가? 개척의 시기에 너무 많은 전략과 기획을 집어넣고는 도리어 본질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모른다. 누가 봐도 기가 막힌 전략을 만드느라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전략을 위해 사람을 잃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 왔다. 

 

개척(Start-Up) vs 창립(Establishment) 

 

개척(Start-Up) 시기에 최대 실수는 창립(Establishment)과의 혼동이다. 개척(Start-Up)은 지역사회를 분석하고, 비전을 설정하며, 지역사회의 필요에 맞는 사역을 준비하며, 제한된 재정으로도 의미 있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창립(Establishment)은 또 다른 문제다. 기업이 Start-Up을 지나 Establishment 한다고 할 때는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고, 조직을 필요로 하여 운영체계를 갖추는 때를 의미한다. 이 시기에 기업의 초점은 ‘관리’와 ‘확장’에 있다. 이를 위해 무수한 전략과 소프트웨어가 필요하고, 단기적인 효과보다는 장기적인 비전과 투자를 일으킨다. 

 

교회도 유사하다. 예배와 모임이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이를 위해 봉사하는 교인이 배치되어 있다. 목회자는 모든 것을 혼자 하기보다는 분권하고, 관리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조직이 형성되는 것은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인데, 관리는 교회가 가진 인적, 물적인 자원을 효율적이며, 지역사회의 필요에 따른 분배를 위한 자연스러운 것이다. 성도의 정착률이 가파르게 오르기도 하고, 소그룹과 사역이 확장되는 때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되었다는 의미다. 

 

개척은 창립이 아니다. 교회 개척의 시기를 보내면서도 창립 수준의 조직과 내용을 붙이게 되면 개척의 역동성이 사라진다. 예배나 모임에서도 창립 시기의 고정적인 것을 주장하면 예배와 모임이 버거워진다. 안정적인 헌금과 사역팀이 없는데 자꾸 욕심내는 사역의 확장은 위기를 자초한다. 정착도 하지 못한 성도를 상대로 정례화된 모임 참석과 사역을 종용하게 되니 견디지 못하고 떠나기 일쑤다. ‘비전’과 ‘방향’, ‘역동’과 ‘새로움’이 있어야 할 시기에 ‘안정’과 ‘조직화’에 힘을 쏟으니, 개척이라는 것이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개척의 시기에는 다양한 시도를 가볍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역과 사회의 변화를 감지 못하고 전통적 방식에 집착하거나 목회자 개인의 경험만을 고집하다 보니 정체가 지속된다. 창립의 시기에서나 해봄 직한 일들을 개척의 시기에 접목하니 실패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Start-Up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에 반응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창립(Establishment)으로 전환하지 않는다. 단순한 ‘반응’과 지속 가능한 ‘토대’ 사이에는 엄연히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일반적으로 알고 있다. 처음이야 호기심이나 일시적인 흥미로 반응할 수 있으나, 재방문과 재구매가 원활하지 않다면 Product-Market Fit(PMF, 제품-시장 적합성)이 검증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PMF가 분명하지 않다면 다음 단계로 섣불리 전환하지 않는다. 

 

교회는, 더 정확하게 이야기한다면, 목사는 아주 쉽게 착각에 빠진다. 교인 몇 명의 반응과 주변에서 좋다고 하는 솔깃한 이야기에 쉽게 반응한다. ‘괜찮은 반응’을 PMF라고 오해하여, 조직화를 서두르고 교회 구조를 만들어가는 데 힘을 쏟으려 하며, 교회 사역을 무리하게 추진한다. ‘교회가 좋다’는 이야기와 ‘내가 그 교회에 출석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다르고, ‘교회에 출석하는 것’과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교회의 가치와 방향이 설득력 있게 교인에게 도달해야 한다. 교회의 방문과 출석률을 넘어서 교인이 자율적으로 교회의 사역과 운영을 결정하고,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흔들림 없는 가치 지향적이며 역동적인 교회의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창립을 서두르지 말라 개척의 모양새면 어떠한가? 개척의 모양새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조급한 마음으로 포기했기 때문에 더 이루지 못한 것이다. 모두가 창립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리고 꼭 창립만이 해답도 아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Start-Up도 필요한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교회개혁과 변화도 개척(Start-Up)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완벽히 준비하고 시작하는 개혁과 변화가 있기는 할까. 교회개혁도 Start-Up의 마음으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개혁과 변화를 모두 가늠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도리어 기회를 낭비하는 것이 될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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