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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책방 추천도서] 모르고 지나칠 뻔한 책을 소개합니다!




                                                                       김신일 집행위원(대전 가까운책방 대표, 가까운교회 목사)



#2. 풀: 살아 있는 역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
김금숙 | 보리 |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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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이 나자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아버지는 아버지의 아버지 즉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피난을 떠났다. 충북 영동에서 출발해 김천쯤 도착했을 때 집안 어른들 사이에 피난을 계속 가야 하는지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 당시 입대해 있던 아들들(지금은 돌아가신 나의 큰아버지 두 분)을 기다려야 하는지를 두고 다툼이 생겼다. 잠시의 소란 뒤에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인민군은 얼마 안 있어 동네로 들이닥쳤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인민군에 끌려 하루 종일 포탄을 나르는 일을 하고 돌아오셨다. 그리고 그날 밤 할아버지는 밤새 ‘제 자식 죽이라고 포탄 날라주고 온 못난 애비’라며 우셨다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며 우셨다.


거저 나이를 먹는 사람은 없다. 원래부터 어른이었던 사람도 없다. 처음부터 어른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 사람의 현재만 보면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없다. 그래서 개인에게도 역사 즉 켜켜이 쌓인 이야기가 중요하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만화 <풀>을 보라. 작가 김금숙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 이옥선 할머니의 이야기를 박제화하지 않는다. 작가로서 할머니를 처음 만난 이야기와 이옥선 할머니의 어린 시절 이야기, 그리고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가 겪은 이야기, 그리고 해방 후 가족과의 불화와 갈등까지 솔직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인지 생각하도록 한다. 그 연결고리는 작가 자신이다. 할머니를 만나고 일상을 살아가며 <풀>을 그려가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아트 슈피겔만의 유명한 만화 <쥐>에서도 작가는 작가 자신과 아버지의 이야기, 그리고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가 겪은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현재의 독자들에게 말을 건다. 비슷한 방식으로 작가는 <풀>의 이야기를 엮었다.


모르겠다.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작은 한 사람의 이야기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어쩌면 한일위안부 합의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수요 집회 등 거대한 담론들 속에 들어가 함께 투쟁하는 일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문제로만 치부되고 정작 사람들의 목소리, 이야기가 소거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래서 김금숙 작가의 <풀>과 같은 작품이 더욱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이다.


모든 삶의 이면에는 이야기가 있다. 아니 삶은 이야기다. 여전히 들리지 않는 이웃들의 이야기. 그중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시라. 거기 삶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작가는 ‘바람에 스러지고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풀’이 ‘어쩌면 당신의 다리를 스치며 수줍게 인사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 69호 소식지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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