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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개혁단상] 부활 신앙, 슬픔에서 뜨거움으로!



                                                                                                   박득훈 집행위원(성서한국 사회선교사)



누가복음 24장 30~32절


30. 그들과 함께 음식 잡수실 때에 떡을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그들에게 주시니 
31. 그들의 눈이 밝아져 그인 줄 알아보더니 예수는 그들에게 보이지 아니하시는지라
32. 그들이 서로 말하되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우리에게 성경을 풀어 주실 때에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 하고





엠마오로 내려가던 제자들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참 깊고 아름답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씀입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우리도 그들처럼 슬프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처형당하자 말할 수 없이 깊은 슬픔에 잠겨, 그들 곁에서 같이 걷고 있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슬픔에 공감이 갑니다. 그들은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이신 예수님을 만나 희망을 불태웠습니다. 이분이라면 우리 민족을 로마 제국의 압제하에서 해방시켜, 하나님 나라를 실현해 가실 수 있겠구나! 희망이 컸던 그만큼 좌절도 깊었습니다.


우리도 이런 슬픔과 좌절을 종종 경험합니다. 물론 세상이 많이 좋아진 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낮은 자리로 내려가면 갈수록, 얼마나 슬픈 세상인지 알게 됩니다. 미투 운동을 통해 그동안 눌렸던 소리가 이제야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걸 듣고 있습니다. 억울하게 상처 입은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워 소리도 못 지르게 만드는 세상! 얼마나 무섭고 잔인한 세상인가요?


최근 저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글(Monthly Review, 1949년 5월 창간호), ‘왜 사회주의인가’를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악의 진정한 근원은 …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적 무정부 상태이다’, ‘무제한적인 경쟁은 노동의 거대한 낭비를 초래하며 … 개인들의 사회적 의식을 불구화시킨다. 나는 이러한 개인들의 불구화가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나쁜 해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습니다. 저를 숨 막히게 하는 건 이 땅의 피해자들이 가위눌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픈데 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그러다간 겨우 붙어 있는 생명마저 빼앗길 것이 두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슬픕니다. 예수님은 부활하셨다는데, 지금 도대체 어디 계신가! 그런데 역설은 그렇게 슬퍼하는 자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이 가까이 다가오신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오늘 말씀이 큰 위로가 됩니다. 새삼 신동엽의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를 목 놓아 외치고 싶은 이유입니다.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아모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둘째, 우리가 슬픔에서 벗어나 뜨거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성경 전체의 핵심을 풀어주면서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세상을 구원하는 방식에 대해 가르쳐줍니다. ‘그리스도는 권력으로 세상을 압도함으로써가 아니라, 예언자로 강력하게 세상에 저항하다 처형당하고 부활함으로써, 온 세상을 구원한다.’ 그 가르침을 받는 동안, 그들의 마음 깊은 곳이 뜨거워졌습니다. 아, 예수님의 처형당하심이 실패도 끝도 아니구나! 그게 바로 승리요 새로운 구원의 길을 열어주신 거구나! 그들은 깊은 슬픔과 좌절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식사 자리에서 빵을 들어서 축복하시고 떼어서 그들에게 주실 때, 눈이 확 열렸습니다. 아마도 마지막 만찬에서 온 세상을 배불리 먹이기 위해 자신은 죽음의 길을 가겠다고 하신 예수님이 불현듯 생각났기 때문 아닐까요? 자기들과 함께 길을 걸어온 그분이 바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았습니다. 근데 그 순간 예수님이 홀연히 사라지셨습니다.
 
저는 여기에 놀라운 진리가 담겨 있다고 봅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것은 온 세상에 자신의 초월적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 능력으로 예루살렘 성전세력과 로마제국의 무릎을 꿇리려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사도행전 1장에 보면 부활하신 예수님은 기껏해야 40일 동안 제자들과 조용히 지내시다가 하늘로 홀연히 사라지셨습니다. 그 사라짐 속에서 주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이제부터는 너희들의 몫이다. 내가 부활해서 너희에게 찾아간 이유는 단 하나, 너희들이 슬픔에서 벗어나 뜨거운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젠 됐다. 그 뜨거운 가슴으로 땅끝까지 가거라!’ 예수님은 그들이 두 발로 서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들에게 온 세상을 맡기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주인공이 되라 하십니다.  


그러니 엠마오로 내려가는 제자들처럼 어둡고 절망적인 교회와 세상을 바라보며 마음껏 슬퍼합시다. 고통 속에 있는 이들과 함께 하염없이 웁시다. 그렇게 슬퍼할 줄 아는 사람만이 부활의 예수님을 뜨겁게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을 뜨겁게 하는 것은 부활의 기적 그 자체가 아닙니다. 인간의 손에 나약하게 죽임당하심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예수님의 깊고 깊은 사랑입니다. 이 사랑에 우리 마음이 뜨거워질 수 있다면, 우리도 예수님을 따를 수 있습니다. 교회와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는 일에 기꺼이 우리 마음, 삶 전체를 드릴 수 있습니다. 죽임당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그것이 궁극적 승리의 길임을 확신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이 부활 신앙으로 힘차게 변혁의 길을 함께 걸어갑시다.





>> 4차 집행위원회 경건회에서 나눈 말씀을 69호 소식지에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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