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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업무를 정리하며


                                                                                                                                         현정수 간사


상담은 시간여행의 반복


상담하다 보면,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듭니다. 최근에 상담한 모 분쟁교회에서는 '2017년 여름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선포가 있었다고 합니다. 교인들이 의문을 제기할 때면 '성령을 훼방한다'면서 사모가 겁을 줬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름은 지나갔고, 북한은 우리나라를 침공하지 않았습니다. 한반도 전쟁 예언은 과거에 여러 차례 등장했고, 2014년에도 유행했는데, 앞으로도 유행은 계속 돌아오리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옛 가치관을 간직한 교인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주의 종에게 거스르면 안 된다', '교회는 민주주의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라는 잘못된 가르침을 끊임없이 주입받는 경우입니다. 손에 최신 스마트폰을 들고 매일같이 최신 뉴스를 보더라도, 평생 권위주의적인 분위기에 몸을 담고 있었다면 새로운 생각에 눈을 뜨기란 쉽지 않습니다. 상담자가 분쟁교회 교인에게 '맹종은 성경적이지 않다'고 설명해 드리고, 민주적 교회 운영 원리에 관한 이야기를 알려드리면, '참신하다'라면서 반가워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나 몇 번의 이야기만으로 삶의 태도를 바꾸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분쟁의 고통이 반복된다면


어떤 교회는 분쟁을 반복해서 경험합니다. 일부 교인이 담임목사를 반대하면서 1차 분쟁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다수 교인에게 지지받지 못하고 교회에서 쫓겨납니다. 시간이 지나 교회가 조용해지면, 기존에 담임목사를 지지하던 교인 중 일부가 그제야 담임목사에게 실망하고, 새로운 반대 운동을 일으킵니다. 유사한 분쟁을 세 차례나 겪는 교회들도 있습니다.


분쟁이 멈추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교인들이 '옛날 좋았던 시절'로 교회를 되돌리고픈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추억이 별로 없는 교인들은 분쟁교회에 정을 붙이기 어려워 일찌감치 떠나갑니다. 남은 교인들은 옛 추억을 되새기면서 버팁니다. 분쟁이 오래될수록 과거만 바라보는 공동체가 됩니다.


좋았던 시절에도 교회 병폐는 존재했을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았거나, 신경 쓰지 않았을 뿐입니다. 당시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했겠지요. 사람의 기억은 왜곡되기 마련이라, 좋지 않았던 일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뒤바뀔 수 있습니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으로 돌아가는 것을 '회복'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악순환을 끊는 것은 '성숙'


"저쪽"을 몰아내더라도 또 다른 분쟁이 기다린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나면, 교인들은 근본적인 고민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동안 싸움에 불리할까 봐 순순히 인정하지는 못했지만, 교회가 잘못된 책임을 남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나를 돌아보면 죄를 미워하기보다 사람을 미워하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성숙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쳐내고, 상대의 마음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싸우는 사람만 교체될 뿐, 분쟁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건강한 교회를 추구하는 일은, 싸움에서 이긴 뒤에 생각해볼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할, 진정한 의미에서의 '싸움 그 자체'입니다.


분쟁을 겪은 교인이 교회개혁의 가치를 몸으로 실천하고, 신앙적 성숙의 길을 천천히 걸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교회 상담 중에 경험하는 가장 감동적인 '사건'입니다. 상담소에서는 수많은 실패 사례와 성공 사례를 경험하지만, 한 영혼이 깨어나 가치관이 변화하는 것보다 귀한 일은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상담 업무를 정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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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년간의 상담 간사 업무를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상담 중에 나눈 대화 몇 마디가 교인 수백 명의 상황을 뒤바꿀 수도 있다는 점을 목격했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상담 간사를 가르쳐 주시고, 무거운 책무를 믿고 맡겨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상담위원들은 바쁜 와중에도 상담 간사의 연락은 꼭 받아주셨고, 돈도 명예도 권력도 되지 않는 일에 기꺼이 시간을 내주셨습니다. 한국교회를 위한 위원들의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개혁연대는 끊임없이 내부 논의가 이루어지는 곳이었습니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결정을 한 사람에게 맡기지 않았고, 여럿이 논의하며 공동 책임을 감당했습니다. 때로는 논의가 길어지면서 결론이 나오기까지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개혁연대가 수많은 병폐와 싸우면서도 15년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내부 논의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 역시 살면서 중요한 순간일수록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주위 의견을 귀담아듣도록 노력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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