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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소개합니다]
'사당동 더하기 25'를 읽고-가난한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언어에 귀 기울이자!
 
오세택 집행위원(두레교회 목사)



‘가난에 대한 스물다섯 해의 기록’이란 부제가 말하듯이 이 책은 동국대 조은 교수가 25년 동안 한 가난한 가족을 들여다본 기록이다. 할머니, 아들, 손자, 증손자로 이어지는 한 가족이 어떻게 가난을 대물림하는지를 학자의 사회과학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눈으로 추적하고 수채화처럼 그려낸 작품이다.


할머니 금선은 함경북도 청진에서 여관업으로 성공한 가정에서 4년제 중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인 전기회사에서 타자수로 일했다. 일본군 강제위안부가 두려워 열아홉의 나이에 결혼했다. 한국전쟁 발발 직전 스물여덟에 북쪽에 주둔한 소련군의 횡포를 피해 두 아이만 데리고 먼저 남쪽으로 내려왔지만, 남편과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노점과 행상으로 살아가는 어머니 밑에서 아들 수일은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 식당, 건설 노동판을 전전하게 된다. 양동 철거민이 되어 사당동 판자촌으로 이사 와서 결혼했지만, 부인이 영주, 은주, 덕주를 남기고 가출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이혼을 한다.


첫째 아들 영주는 고등학교까지 나왔지만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자주 일자리를 옮기다가 전도사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 들어갔지만, 무인가 신학교라 꿈을 접었다. 그러다가 서른을 훌쩍 넘겨 필리핀 여성과 결혼을 해서 첫아들을 낳는데 그 아이를 안고 첫 번째 한 말이 ‘영어교사가 되어라.’였다. 영어를 잘하는 아내를 얻었으니 아이도 영어를 잘해서 교사라는 안정된 신분을 갖는 것이 그의 잠재된 소원이었기에 나온 말이었다. 그러나 정작 아이를 향한 임산부의 첫 말은 ‘아기야, 안녕’이라는 한국말이었다. 친정의 가난이 두려워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은주는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청각 장애로 변변한 직장을 얻지 못하고 이곳저곳으로 떠돌다 재봉 일을 한다. 비슷한 처지의 청년을 만나 일찍 동거를 시작했다. 사흘이 멀다 하고 이혼하겠다며 할머니 집으로 와서 지내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데 벌써 아이가 셋이다.


막내 덕주는 중학교 2학년 때 중퇴하고 감방에 세 번이나 갔다 오고 조직폭력배가 되어 온몸에 문신을 새기기도 했다. 지금은 사당동이 철거되면서 상계동 임대 아파트로 가족들이 이사를 왔는데 그 앞에서 자그만 헬스장을 운영하지만, 대형 스포츠 센터에 밀려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


그 사이 금선의 아들이자, 영주, 은주, 덕주 아버지 수일은 조선족 여인을 만나 결혼을 했다. 어머니 금선은 하나님이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셨다며 좋아했지만 일 년 만에 여인이 도망을 가 버렸다. 실평수 7.5평에 은주만 제외하고 4대가 함께 산다.


사당동에서나 그랬고 상계동에서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금선 할머니, 수일 씨 가정과 비슷했다. 그중 두드러진 공통점은 십 대 후반, 이십 대 초반에 가출하고 비슷한 처지의 이성을 만나 동거를 하며 아이들을 낳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거는 오래가지 않고 쉽게 깨어진다. 그리고 또 다른 이성을 만나 동거를 시도한다. 그들이 어린 나이에 이성에게 매달리는 것은 사랑만이 유일한 희망이며 돌파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금선 할머니 4대는 강도 만난 이웃이다. 입만 열만 이웃 사랑을 외치는 한국교회는 이 할머니의 4대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우리 시대 강도 만난 이웃을 위해 뭘 했던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서 25년 동안 한 가문을 들여다본 조은 교수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내며, 나 또한 30년이 넘도록 뭘 들여다보았는지를 되돌아보았다.


조은 교수는 책만 쓴 것이 아니다. 이들과 25년 동안 함께하며 그 모습을 동영상에 담아서 책에서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진실을 보여 준다. 80년, 68년, 44년, 41년, 39년 진한한 삶을 살아온 그들의 말이 너무 순박하다 못해 아름답기까지 했다. 말뿐만이 아니다. 그들의 삶 자체, 아니 존재 자체가 아름다운 한 편의 작품이었다.


오세택책장.JPG

사당동 더하기 25-가난에 대한 스물다섯 해의 기록
저자 조은(동국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출판사 또하나의문화
출판일 2012.05.15



* 이 글을 63호 소식지 공감에 실렸습니다.
* 글쓴이 소개- 예장 고신에 소속된 두레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그의 목양실에는 수많은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고, 소설부터 인문학까지 다양한 책을 두루 섭렵하는 독서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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